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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얼굴값과 나잇값에 대하여 (한비아 - 유엔자문위원)
글쓴이 최고관리자 등록일 2012-09-17 조회수 1,481
지난 주말, 왼쪽 어깨에 난 물사마귀를 제거하러 피부과에 갔다.
평소에는 있는 줄도 모르던 작은 사마귀가 소매 없는 옷을 자주 입는 여름이 되니 눈에 거슬렸던 거다.
떡 본 김에 젯 지낸다고 이참에 팔과 어깨에 있는 큰 점들도 다 빼기로 했다.
토요일 마지막 손님이라 마취 연고를 발라 놓고 기다리면서 20년 차 간호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빼는 김에 팔목에 있는 이 점도 뺄 걸 그랬어요."
 "호호호, 큰 걸 빼고 나면 작은 점이 눈에 띄는 법이에요. 그래서 점 빼는 것도 중독된답니다.
의사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점이 본인 눈에는 쟁반처럼 커 보인다니까요."
 그렇게 있는 점 없는 점을 다 빼고 나면 다음에는 잔주름이 눈에 거슬려 피부과 문턱이 닳는단다.
이런 사람들은 얼굴 주름을 하늘 아래 같이 있을수 없는, 그리하여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하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며, 피부과에 '다리미로 다린 것처럼' 주름을 싹 없애 주는 마술 수준의 시술을 기대한단다.
자기는 50대가 30대같이 얼굴이 팽패하면 징그럽기까지 하다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한다.
 "한눈에는 젊어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제 나이 다 보이는데 말이에요."
 맞는 말이다.
어떻게 좋은 피부 하나로 나이를 속이겠는가?
나처럼 50대라면 아무리 얼굴 피부가 좋아도 목이나 손등에 나이가 드러나고 흰머리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삐꺽거리는 무릎 관절 때문에 걸음 걸이의 경쾌함이 30대와는 사뭇 다를 테고 눈에 노안이 오기 시작해서 작은 글씨를 읽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글씨를 좀 멀리 떨어뜨리게 된다.
속으로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내과 의사인 친구의 말로는 혈관의 노화 상태나 뼈의 골밀도를 보면 그 사람 생체 나이가 단박에 나온단다.
 그뿐인가?
평소에 꾸준한 운동과 철저한 관리로 신체 나이는 실제보다 10년 이상 젊다 해도 사회적인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 사용의 숙련도,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 평소에 쓰는 단어, 유머의 공감대 등에서 제 나이가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말이 딱 맞는다. 나이는 못 속여!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살이라도 '나이를 속여 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절대 동안들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타고난 디엔에이(DNA)도 있겠지만 그것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노력한 결과라는 게 눈물겹다.
언젠가 본 30대 '화성녀' 는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피부와 몸매 관리에 쓴고 있는데 평생 주름 없이 살 거란다.
 하지만 아무리 결심해 봤자 소용없다.
기본적으로 지구에는 지구상의 모든 사물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힘, 만류인력이라는 것이 었어서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20년 근속의 피부과 간호사 말이 점도 빼주고 주름도 없애면서 애면글면해 봤자 나이보다 고작 2~3년 젊어 보일 뿐 이라고 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외모에 쏟는 돈, 시간, 노력 대비 결과가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전체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외모 가꾸기에 지나친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뭔가 잘못된 건 알겠지만 전체가 그러니 그 대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몸매 등 외모 가꾸기를 성실한 자기 관리의 척도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고, 주위에 이 대열에서 과감히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는 사람이 흔치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대세를 거스를 자신이 없다. 정말 이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그러다 갑자기 한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오드리 햅번! 얼마 전 생일 선물로 사친첩으로 된 오드리 햅번 일대기를 받았다.
젊을 때의 햅번도 요정처럼 예뻤지만 말년에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봉사 활동할 때의 모습도 그에 모지 않았다.
잔주름이 가득하지만 평화로운 미소가 자연스레 배어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멋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햅번의 얼굴은 주름이 얼굴값을 하는 데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잇값'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찬미의 대상이라는 걸 확실히 말해 주고 있다.
그녀가 보톡스를 맞거나 주름 제거 수술을 하지 않고 그런 얼굴을 보여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고마운지.
 나도 이제부턴 오드리 햅번처럼 '노력 대비 비효율적인' 얼굴값보다 멋지게 '나이값' 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물사마귀 빼러 간 피부과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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